'대운하'에 관한 글 2개

출처_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66393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다쳐"
4대강사업 반대하는 이준구 교수의 '환경 우화'
2010-08-17 11:56:23

4대강사업에 일관되게 반대해온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우화'를 썼다. 강원도 계곡에 살던 '버들이'의 청계천 모험기다. 4대강사업을 우려하는 이 교수의 고심이 얼마나 큰가를 읽을 수 있는 글이다. 다음은 이 교수의 우화 전문.(<편집자 주>)

우화를 시작하며

정부는 청계천 사업이 인기를 끌자 전국의 강들을 모두 청계천처럼 만들려는 허황된 꿈을 꾸고 있군요. 4대강을 불도저와 포클레인으로 모두 파고 뒤집어 엎는데 오히려 생태계가 더 건강해진다는 헛소리나 하구요.

최근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을 종합해 보면 청계천의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도 거짓이 섞여 있는 말 같습니다. 나는 특히 청계천 물이 깨끗해서 1급수에 사는 물고기들이 저절로 들어와 서식하게 되었다는 말을 믿기 힘듭니다.

청 계천에 들어오려면 중랑천 하류를 거쳐야 하는데, 1급수에 사는 물고기들이 그 부근에 얼씬거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청계천으로 들어와 살겠습니까? 증거는 없지만 사람들이 풀어놓은 경우가 많을 것 같다는 짐작이 갑니다.

이 우화는 바로 그와 같은 나의 의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재미로 써본 것이니 즐겁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게시판에 3회에 걸쳐 연재한 것을 약간 손질해 다시 썼습니다.)

<우화> 버들이의 청계천 모험기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버들'이랍니다.
원래 제 집안 돌림자는 '치'인데, 예쁘게 들리는 이름 만들어 준다고 그 돌림 글자를 뺐답니다.
정말이지 버들치보다는 버들이 더 예쁘게 들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바다에 가면 이 '치'자 돌림의 친척이 아주 많습니다.
꽁치, 멸치, 갈치, 개복치, 곰치, 준치 - 얘들이 모두 제 친척들이지요.
얼마 전 건강전도사로 유명한 이 박사라는 양반이 '치'자 돌림 물고기는 모두 저질이라고 얘기했다지요?
미국 오래 살아서 뭘 잘 모르고 한 말인 것 같습니다.
그냥 무시해 버리는 게 최고입니다.

전 강원도 깊은 산 속 이름 없는 한 계곡에서 태어났답니다.
산 높고 물 맑은 곳이라 아주 살기 좋은 곳이지요.
거기가 좋다고 소문이라도 났는지 요즈음은 부근에 전원주택이 하나 둘씩 들어서기 시작하더군요.
주말이면 벤츠니 베엠베니 하는 검은색 승용차들이 줄을 잇기도 하구요.

자동차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여쭤볼 게 있어요.
돈 많고 높으신 양반들은 왜 늘 검은색 차만 탈까요?
매일 상갓집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그리고 왜 그 차들은 어김없이 칠흑처럼 새카만 선팅을 했을까요?
전 그런 분들 탄 차 지나가면 복 많은 사람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은데요.
차 속에서 간식 먹는 광경이 쪽팔려서 그런 건지, 원.

전 어릴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그 맑은 물에서 아무 걱정 없이 맘껏 헤엄치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특목고도 없고 서울대학교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학원 갈 필요도 없고 선행학습을 할 필요도 없지요.
사람들은 왜 그 따위 귀찮은 걸 만들어 스스로 불행해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래 마을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시내의 물을 깨끗이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합니다.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 쓰레기 버리고 가면 바로 와서 말끔히 치웁니다.
그 사람들 삼겹살 구워 먹고 떠난 자리 가보면 정말이지 그런 쓰레기통이 따로 없습니다.
먹다 남은 상추, 새카맣게 탄 삼겹살, 김치 찌꺼기 - 이런 것들 그냥 내버리고 가는 사람들 심뽀란.

계곡을 흐르는 깨끗한 물에 밥풀이 둥둥 떠다니고 김치 찌꺼기가 가라앉아 있는 추한 모습 보신 적 있으시죠?
자기 집도 그렇게 더럽게 만들어 놓고 있을라나요?

한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걸신이라도 들렸나 봅니다.
어딜 나가도 꼭 찌개 끓이고 삼겹살 구워야 직성이 풀리니까요.
그냥 도시락과 물 정도만 갖고 가서 적당히 즐기고 돌아오면 무슨 탈이라도 나나요?
미련하게 먹어 놓고는 살 뺀다고 난리치는 모습이 정말 웃깁니다.

우리로선 늘 땀 흘리며 청소해 주시는 마을 사람들이 고마울 따름이죠.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미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분들이 천렵을 한답시고 몰려오면 우리 친구들이 떼거지로 갑자기 사라지곤 했답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잡아가는 방법은 가지가지였습니다.
어떻게 그리 머리를 잘 굴리는지 감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큰 그릇에 헝겊을 씌우고 그 안에 먹을 것을 집어넣어 우리를 꼬시더군요.
내 친구들 간식 먹겠다고 그 안으로 들어가 영영 나오지 못했습니다.
살려 달라고 울며불며 소리치다가 그대로 잡혀가 잡어탕이 되어 버리더군요.
그걸 보쌈이라고 부르던데, 보쌈이라면 돼지고기 삶은 걸 절인 배추에 싸먹는 거 아닙니까?
하여튼 사람들은 참 간사합니다.

한번은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신나게 헤엄치며 놀다 바위 옆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몇 사람이 나타나더니 바위를 큰 망치로 내려치더군요.
그 바위 밑에서 쉬고 있던 내 친구들이 그 충격에 까무러쳐 허옇게 배를 내놓고 물 위로 떠오르더군요.
사람들은 신이 나서 양동이에 내 친구들을 마구잡이로 담아 갔구요.

그래도 내가 살던 곳은 독약을 풀거나, TNT를 터뜨리거나, 바테리로 전류를 흘려 우리를 잡아가는 사람들이 없어 다행이었습니다.
옆 마을 친구들은 그렇게 해서 여러 번 떼죽음을 당했다고 하더군요.
사람들이 우리 잡아가려고 머리 쓰는 것 보면 비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머리로 공부 열심히 하면 박사 서너 개 따는 건 문제가 아닐 텐데요.

사실 이보다 더한 일도 있습니다.
요새 한창 떠들고 있는 ‘4대강 죽이기 사업’ 한다고 전국의 강들을 불도저로 잔인하게 밀어버렸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 보면 재개발 한다고 몽둥이로 주민들 때려 쫓아내는 용역단 같더군요.
거기서 깔려 죽은 우리 친구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멀쩡한 강바닥 파헤쳐서 싯누런 황토물로 만드는 바람에 숨 막혀 죽은 친구도 엄청나게 많을 겁니다.

그러나 강원도 산골에 사는 우리들은 아무 걱정이 없었습니다.
거울같이 맑은 물에서 친구와 물장구치며 노는 즐거운 생활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조금 지루했습니다.
천국 같은 곳에 산다고 정말로 행복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가끔 친구를 괴롭혀 보기도 하고 죽은 척 해보기도 했지만, 그것도 별 재미가 없더군요.

그때 놀라운 소식이 하나 들려왔습니다.
서울 청계천에 우리가 살기 좋은 새 물길이 하나 뚫렸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거긴 모터로 지하수 퍼올려 흘려보낸다니 우리가 좋아하는 1급수일 것이 분명했습니다.
우리처럼 1급수 맑은 물에만 사는 친구를 ‘일빵’이라고 부르거든요.
지금 청계천에는 온갖 일빵들이 모두 모여 있다고 하더군요.

그걸 만든 MB거사란 사람과 그 아래 사람들이 신주단지처럼 애지중지하고 있어 환경이 좋을 것도 분명했습니다.
매년 백억원 가까운 피(血)세금을 써가며 청소를 해준다니 얼마나 좋습니까?
매일 아침 방 청소 해주고 침대 시트 갈아주는 6성급 호텔이 저리가라할 정도일 텐데요.
물론 보쌈하는 사람도 없고 망치로 내려치는 사람도 없을 테구요.

전 그 소식을 듣자마자 거기에 가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이 좁은 터를 떠나 사람 많고 높은 건물 많다는 서울로 가보고 싶었습니다.
거긴 높은 건물이 많이 들어서 만하탄이 부럽지 않다면서요?
친구들 불러 멋진 모험을 한 번 해보자고 꼬셨는데 모두들 시큰둥한 반응이더군요.
이렇게 살기 좋은 곳 버리고 구태여 그 먼 길을 같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는 거였습니다.

속이 상해 잘 먹지 못해 그런지 빼짝빼짝 말라가더군요.
하루 종일 헤엄도 치지 않고 물에 둥둥 떠다니기 일쑤였습니다.
사람들은 이걸 의욕상실증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이게 심해지면 우울증이 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면서요?
저 역시 언젠가는 보쌈 속으로 머리를 들여민 적이 있었습니다.
그냥 죽어버리고 싶었는데 옆에 있는 친구가 놀라 잡아끄는 바람에 머리가 빠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내 친구 하나가 어디서 "톰 소여의 모험"이라는 책을 빌려왔습니다.
제 친구들이 모두 그걸 돌려가면서 읽더니 매일 톰 소여 얘기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젠 자기네들도 톰 소여처럼 모험을 떠나고 싶었나 봅니다.
하루는 저를 찾아와 청계천으로 모험 여행을 떠나자고 조르는 것이었습니다.

톰 소여는 미시시피 강을 오르내리면서 모험을 했는데, 우리도 한강을 오르내리며 멋진 모험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뛸 듯이 기뻤지만, 표정 관리를 했습니다.
"너희들 여기가 살기 좋아 떠나기 싫다며?"
무슨 심술을 부리자는 뜻이 아니라, 걔네들의 진심을 떠보기 위해 그랬던 것입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마음이 변해 그냥 눌러 살자고 하면 큰일 아닙니까?

우리는 그 날로 청계천 모험단을 결성했습니다.
그리고 몇 백 킬로미터나 되는 먼 길을 떠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체력이 중요할 것 같아 UDT 강사를 초빙해 100일 동안의 극기훈련 과정을 마쳤습니다.
그 중 제일 어려웠던 것은 야간행군이었는데, 사흘 동안 잠도 안 자고 백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계속 헤엄쳐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입에서 단내가 나고 너무나 힘들어 죽어버리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가는 도중 배고픔에 시달릴 수도 있을 것 같아 매일 매일 수초를 평소의 두 배를 먹어 뱃살을 최대한으로 불렸습니다.
모두들 뱃살이 불어올라 마치 알을 밴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떤 친구 녀석은 수초를 너무 많이 먹어 배가 달걀만큼 커지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D-day 아침이 밝아 오고 우리들은 남서쪽을 향해 힘차게 헤엄쳐 떠났습니다.
헤엄쳐 내려갈수록 물이 더욱 많아져 신이 났습니다.
그렇지만 물은 조금씩 더 더러워지더군요.
앞으로 펼쳐질 멋진 모험을 생각하니 잠이 안 올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루 빨리 청계천이란 멋진 곳을 가보고 싶은 마음에 하루 18시간씩 헤엄치는 강행군을 계속했습니다.

한참을 헤엄쳐 내려가니 래프팅으로 유명하다는 내린천이 나오더군요.
우리 머리 위로 수없이 많은 고무보트들이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참 이상하더군요.
그냥 물살을 따라 내려가면 그만인데, 왜 쓸모없는 짓들을 하는 겁니까?
조용한 계곡에서 소리를 꽥꽥 질러대지 않나, 일부러 보트를 뒤집지를 않나 하여튼 별의별 짓을 다하더군요.

내린천을 따라 내려가니 이윽고 소양강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때 써먹으려고 배워 두었던 ‘소양강 처녀’를 멋들어지게 합창하며 하류로 내려갔습니다.
“해에 저어어문 소오양가앙에 화앙혼이 지이이면.........사이 사이...”
노래까지 부르니 정말로 신이 나더군요.

얼마쯤 내려가니 갑자기 큰 바다 같은 곳이 나왔습니다.
거기에는 우리와 다른 친구들이 헤엄치며 놀고 있었습니다.
우리 같은 일빵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더군요.
그 친구들은 갑자기 나타난 우리를 보더니 어디서 촌놈이 왔다고 손가락질하며 깔깔대더군요.

사실 우리가 살던 그 계곡의 개천은 좁디좁은 촌구석이 분명했지요.
솔직히 말해 바다 같은 대처에 나오니 정신이 없더군요.
뉴욕을 찾은 부시맨 같다고나 할까요?
기껏 달려 봤자 백미터 코스 정도나 뛰던 우리가 몇 킬로미터나 되는 코스를 보니 기가 질리데요.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이 있는데, 소양호 친구들은 자기네가 사는 집이 아주 깨끗하다고 믿는 거였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꽤 더러운데 자기네들은 깨끗하다고 빡빡 우겨대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깨끗해도 우리들이 살던 계곡만큼이야 하겠습니까?

더욱 웃기는 일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더러웠는데 댐을 쌓은 다음부터 깨끗해졌다고 우기더군요.
걔네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댐 막는다고 물이 깨끗해지겠습니까?
우리가 살던 곳 같은 데서 깨끗한 물이 흘러들어오니 깨끗한 거지요.
이 소양호에 사는 친구들은 상식도 없나 봅니다.

그런데 큰일 났습니다.
우리 모험이 여기서 끝날지도 모르게 되었습니다.
댐이 막혀 더 이상 아래로 내려갈 수 없고, 그렇다면 청계천으로 갈 꿈은 접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눌러 살기는 싫고, 그렇다고 다시 예전에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도 싫었습니다.
거기 떠날 때 환송회 거나하게 받고 떠났는데 다시 돌아가면 쑥스럽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단념하지 않고 좋은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아래로 내려갈 길이 열리겠지라는 희망으로 꿋꿋이 버텼습니다.
드디어 절호의 찬스가 왔습니다.
큰 비가 내려 소양호의 물이 넘치기 일보직전까지 이르렀습니다.
물을 빼려고 댐 문을 활짝 열어젖히더군요.

원래 소양호에 살던 친구들은 물살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상류쪽을 향해 필사적으로 헤엄쳐 가더군요.
우리는 그 반대로 댐을 향해 헤엄쳐 갔습니다.
우리는 엄청나게 거센 물결에 휩쓸렸고 천야만야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습니다.
물에 떨어졌을 때는 충격이 하도 심해 거의 모두가 까무러쳤습니다.
전 거기서 그대로 죽어 버렸는줄 알았습니다.

한참 만에 눈을 뜨니 우리는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더군요.
그 강을 따라 한참 아래로 내려가니 또 다른 바다 같은 호수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소양호에서 보던 친구들과 다른 친구들이 살고 있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거긴 팔당호라는 곳이었습니다.
옛날에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져 양수리라고 불리던 곳이었는데 거기도 댐으로 막았다고 하더군요.

소양호에 비하면 팔당호의 물은 확실히 더러웠습니다.
댐을 막으면 물이 깨끗해진다던 소양호 친구들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소양호로 거슬러 올라가 거짓말을 한 녀석들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소양댐을 다시 올라갈 자신이 없어 계속 아래로 내려가기로 작정했습니다.

팔당댐에서 또 한 번 거센 물결에 휩쓸려 고공 다이빙을 했지만 소양호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물에 떨어지고서도 우리 모두가 멀쩡했습니다.
역시 무슨 일이든 경험을 쌓고 볼 일입니다.
내가 오래 살아 나이아가라 폭포에 갈 기회가 있으면 거기서도 고공 다이빙을 한번 멋지게 성공시켜 볼 작정입니다.

한참을 내려갔더니 우리가 헤엄치는 물길은 큰 강으로 변하더군요.
그게 요즈음 한창 르네상스를 맞는다는 한강이라네요.
인공섬 만들고 항구 만들면 뉴욕이나 런던 같은 세계적 대도시가 되겠지요.
이제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 몰려오면 일할 필요도 없어지겠네요.
관광수입만으로도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테니까요.

더군다나 경인운하까지 건설되면 게임은 완전히 끝나는 겁니다.
5천톤급 크루즈선 타고 중국에서 무진장 많은 관광객이 서울로 몰려들어 위안화 뿌려대고 갈 테니까요.
13억 인구 중 단 1%만 와도 1천 3백만 명입니다.
한 사람이 천 위안만 떨어뜨리고 가도 130억 위안이군요.
그 돈을 다 어떻게 쓴다지요?

미사리를 지나치니 한강을 가로지르는 수없이 많은 다리가 나타났습니다.
서울에 들어오고 나서만 해도 강동대교, 광진교, 올림픽대교, 잠실대교, 영동대교, 성수대교- 이름을 다 기억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다리를 지나쳤습니다.
마침 성수대교를 지나쳐 동호대교쪽으로 헤엄쳐갈 때쯤이었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이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계속 아래로 내려가면 안 돼.
내가 어제 밤에 지도를 봤는데, 청계천으로 가려면 여기서 중랑천을 찾아 다시 상류로 올라 가야만 해.
청계천이 중랑천으로 흘러들어 가니까."

다행히 중랑천 어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유난히 더러운 물이 흘러나오는 곳만 찾으면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중랑천으로 들어가 보니 이상한 광경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가 늘상 보던 덩치 작은 친구들은 하나도 없고 최홍만 같은 거구의 친구들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은 잉어 형님이었습니다.
잉어 형님들은 덩치답게 천천히 헤엄치며 멋을 부렸습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같이 덩치가 작은 친구들은 헤엄치는 모습이 조금 경망스럽긴 하지요.
계곡의 빠른 물살을 가르려면 어쩔 수 없지만, 역시 잉어 형님들처럼 느릿느릿한 게 보기는 좋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형님들은 우리가 살던 곳처럼 깨끗한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더군요.
깨끗한 물에는 먹을 게 별로 없다나요?
하여튼 이 세상에는 별의별 친구들이 다 있는 법이지요.
중랑천 물은 잉어 형님들이 딱 좋아할 만큼 더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같은 일빵들이 살 곳은 전혀 아니더군요.

중랑천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숨 쉬기가 곤란해 헐떡였습니다.
아시잖아요?
일빵들이 구정물 들어가면 호흡 곤란을 일으킨다는 걸요.
평소 같았으면 이런 물 부근에 얼씬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상낙원 청계천으로 가야 하잖아요?
지옥불에라도 뛰어들어갈 수밖에요.

군대 가서 화생방 훈련할 때 이런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가스실에서 마스크 벗고 눈물 콧물 흘리며 "어머니 사랑합니다!"를 외칠 때의 그 괴로움 말이지요.
무슨 심술로 매운 연기 피워놓은 데 밀어 넣고 마스크를 벗으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매운 연기 마시지 말라고 마스크 쓰는 거 아닙니까?
군인들은 머리가 조금 나쁜가 봅니다.

가쁜 숨을 몰아가며 부지런히 헤엄쳐 갔습니다.
드디어 청계천이 중랑천으로 흘러들어오는 곳까지 이르렀습니다.
일행 중 대부분이 숨이 가빠 더 이상 헤엄을 칠 수 없다고 허연 배를 내놓고 뒤집어져 버렸습니다.

헤엄칠 기력을 잃은 그들은 중랑천 물길에 쓸려 천천히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이 먼 길을 함께 헤엄쳐 온 동지들인데요.

이제 남은 것은 저까지 포함해 단 세 친구로 줄어들었습니다.
저도 숨이 가쁘고 골이 아파 곧 죽을 것 같았습니다.
힘들게 헤엄치느니 그냥 물에 떠내려가면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이렇게 어려운 세상 구태여 살아서 뭐 하겠느냐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안간힘을 써서 청계천 물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사나이 한 번 뽑은 칼을 어떻게 도로 집어넣겠습니까?
조금만 더 올라가면 우리가 그리던 바로 그 청계천이구나라고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 부지런히 지느러미를 움직였습니다.
어디서 “버들이, 파이팅!”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청계천 입구에 들어서서 주위를 살펴보니 뭔가 이상했습니다.
청계천 물이 우리가 살던 곳 이상으로 맑다고 들었는데, 이곳저곳에 녹조가 더덕더덕 끼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소리쳤습니다.
"아니, 그렇게 많은 돈을 처들여가며 녹조 제거작업을 한다더니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

그렇지만 우리는 곧 맑아지겠지라는 기대로 꾸준히 헤엄쳐 올라갔습니다.
주위에 높은 고층빌딩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물이 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감동한 우리는 함께 소리쳤습니다.
"와, 여기가 바로 그 살기 좋다는 청계천이구나!"

주위를 살펴보니 이미 거기서 살고 있던 친구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우리가 집 떠난 후 하나도 보질 못했던 일빵 친구들도 무척 많았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우리는 긴 모험을 해서 오느라고 힘도 빠지고 몸도 엉망이었습니다.
비늘도 수없이 빠지고 지느러미가 성한 게 하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거기 살고 있던 친구는 상처 하나 없이 말짱했습니다.

"얘들아, 너희들도 긴 모험 끝에 여기 온 것 아니니? 어떻길래 그렇게 쌩쌩할 수 있어?"
"모험? 무슨 모험?"
"너희들이 살던 계곡에서 여기까지 헤엄쳐 오는 모험 말이야?"
"웃기지 마, 이 촌놈아. 우린 바로 여기로 왔다구."
"어떻게?"
""음, 그건 비밀이야."
"서울시청 사람들이 풀어 줬어?"
"서울시청 사람들한테 물어 봐. 절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지."
"그럼 어떻게 된 거야?"
"야, 너무 많이 알려고 들면 다쳐. 알간?"

제가 강원도 살 때 들은 얘기는 이랬습니다.
청계천 물이 맑아지면서 1급수에 사는 물고기들이 자연히 들어와 살게 되었다는 거지요.
서울시청 사람들이 놀라운 생태계의 복원이라고 동네방네 선전해댄 것이 거기까지 들려왔거든요.
그렇다면 이 일빵 친구들도 모두 우리처럼 긴 여행 끝에 여기로 왔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중랑천에서 청계천 들어오다가 대량으로 죽어 떠내려갔어야 마땅한 일이구요.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았습니다.
중랑천 지나면서 느낀 거지만, 제 정신이 들어있는 일빵이라면 중랑천 근방에는 얼씬도 하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
자기가 사는 물 좋은 동네 놓아두고 중랑천 구정물 부근에 얼씬거릴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톰 소여의 모험 읽은 건 우리 동네뿐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빵들이 구태여 호흡 곤란 일으키며 중랑천 부근에서 얼씬거릴 이유가 없다면 청계천으로 헤엄쳐 들어올 길도 없겠지요.

시청 사람이 풀었는지 아니면 시민이 풀었는지 몰라도 그 일빵들을 누가 풀어놓은 것만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먼 동네에서 살던 일빵들이 떼거지로 헤엄쳐 와 여기서 살고 있다는 건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니까요.
그렇다고 빗물에 섞여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닐 테구요.
하여튼 생태계 복원을 외치시는 시청 분들은 기발한 상상력을 갖고 계신 것 같네요.

또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생전 보지 못하던 이상한 친구들이 눈에 띄는 것이었습니다.
일빵들 중 이상한 녀석이 몇몇 섞여 있었습니다.
낙동강과 영산강에만 사는 걸로 알려진 갈겨니가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에 참갈겨니가 있다는 말은 들었어도 갈겨니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거든요.

"허이, 갈겨니 친구. 자네들 여기로 날아왔나?"
"너 미쳤냐? 물고기가 어떻게 하늘을 날아?"
"이상해서 물어보는 거 아냐?"
"응, 어떤 무식쟁이가 우리를 여기에 풀어놓았어."
"그 무식쟁이가 누구래?"
"나도 몰라. 그런데 그 친구는 중학교 생물시간에 짤짤이 하고 있었나봐. 그러니 갈겨니가
한강에 사는 줄 알지.“

청계천 토박이 친구들 말에 따르면 거기엔 한때 다슬기 친구들도 살고 있었다네요.
서울시민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반딧불이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겠다는 눈물겨운 소망으
로 다슬기를 풀었다나요?
시청 사람들이 그런 아름다운 마음씨로 다슬기 풀었다는 말 들었으면 서울시민들이 감동해서 모두 울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걸 아는 시민들은 별로 없는 것 같데요.

반딧불이는 다슬기에 알을 낳으니까 우선 다슬기가 살아야 하긴 합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풀어놓은 다슬기가 몽땅 죽어 버렸답니다.
다슬기가 무쇠도 아닌데 맨 돌바닥에서 어떻게 살아남겠습니까?
혹시 살지도 모른다고 풀어 넣은 사람들이 무식꾼이지요.
그래서 죽은 다슬기가 무려 3백만 마리라나요?
끔찍한 일이지요.

하여튼 청계천에 와보고 싶다는 우리의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여기는 참으로 많은 종류의 친구들이 모여 살고 있네요.
마치 인종의 전시장이라는 뉴욕 같은 분위기예요.
만하탄 5번가 가보신 적 있나요?
흰 얼굴, 노란 얼굴, 까만 얼굴이 모두 모여 득시글대고 있는 곳이요.
시장에서 사서 풀어놓던 하늘에서 떨어졌던 하여튼 여기 사는 친구들의 종류는 몇 십 가지나 되나 봅니다.
시청 분들 발표에 따르면 최근에는 은어 친구까지 생겼다고 하네요.

역시 대처에 사니 기분은 좋은데, 덩치 큰 붕어 형님, 잉어 형님들과 같이 살려니 조금 이상하긴 합니다.
그 형님들도 우리랑 함께 사는 게 영 낯설 텐데요.
더군다나 그 형님들과 우리는 식성이 다르지 않습니까?
맑은 물 좋아하는 우리 일빵과 일부러 더러운 물 찾는 잉어, 붕어 형님이 함께 식사하는 게 영 어색하네요.

그렇지만 풍부한 어종을 자랑하려면 온갖 종류로 구색을 맞춰야 하지 않겠어요?
나중에 여유 생기면 찰갑상어 아줌마도 몇 마리 부탁해요.
카비아가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양쯔강의 민물돌고래를 풀어놓으면 어떨까요?

이왕 풀어줄 거면 외국 친구도 몇 플리즈, 오케이?
알록달록 비늘이 예쁜 열대어 여자 친구로 부탁합니다.
청계천에 열대어까지 산다고 선전하면 뉴욕타임즈에도 나오지 않겠습니까?
지구온난화 막자는 캠페인에 도움도 될 거구요.
그렇게 되면 녹생성장 저절로 이루어지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큰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여기서는 결혼해 자식을 낳는 게 불가능할 것 같아서요.
맨 돌바닥에 어떻게 자식을 낳겠어요?
초라한 움막이라도 살 집이 있어야 자식 낳고 기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무자식이 상팔자려니 하고 살아야겠네요.
우리가 죽으면 또 풀어 넣겠지요.
건강한 생태계라는 게 바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죽으면 또 풀어넣고 또 풀어넣는 것 말입니다.
그러면 매일 쌩쌩한 친구들만 사는 셈이 되니까요.
돈은 세금으로 거두면 되니 걱정일랑 붙들어 매시구요.

그래도 사나이 태어나서 큰 꿈을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근 나는 더 큰 모험을 할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소문에 4대강사업 모두 끝나면 전국에 바다 같은 호수가 수없이 생긴다던데, 거기를 모두 돌아다녀 보는 겁니다.
백두대간 종주에 못지않은 대모험이 되겠지요.

사업 끝나면 물이 맑아진다니까 내가 가서 살아도 되겠지요.
물 맑게 한다고 22조원을 쓸어붓는 것 아닙니까?
그 돈이면 4대강물을 모두 생수로 만들 수도 있겠네요.
내가 거기 간 게 사진으로 찍히면 정부 홍보 책자에 일빵 버들이가 왔다고 떠들어 대겠지요.
제가 그렇게 유명한 존재인지는 미처 몰랐답니다.

불도저, 포클레인으로 모두 다 부수고 파헤치는데도 더욱 건강한 생태계로 거듭 날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것 아시죠?
양어장 주인 주머니에 돈 굴러들어가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네요.
4대강에 모두 풀어넣으려면 한, 두 친구로 되겠어요?
그야말로 떼돈을 벌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이왕 풀어넣을 거면 4대강에 사는 친구들의 종류가 모두 똑같아지도록 판박이로 풀어넣어 주세요.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똑같은 종류를 풀어넣어 통일시켜 달라는 겁니다.
애들이 생물 배울 때마다 어려워하는 거 있잖아요?
어떤 친구는 한강에만 살고, 어떤 친구는 낙동강에만 산다는 식으로 외우려면 얼마나 힘이 듭니까?
4대강에 사는 친구를 모두 통일시켜 놓으면 그거 외우느라 아까운 시간 낭비하는 일 없어질 테니 좀 좋겠습니까?

전 지금 4대강 사업 끝날 때를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사업에 반대하는 정신 빠진 사람들이 있다는데, 그 친구들은 도대체 애향심이
있는 친구들입니까?
정책논리로 접근해야 할 문제를 정치논리로 접근하는 몰지각한 사람들 아닙니까?
건설적인 대안을 내놓지도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는 무책임한 친구들을 모조리 몰
아냅시다!
하여튼 이 정부는 한 번 한다면 하는 성격이니 내 꿈은 꼭 이루어지고 말 겁니다.

김혜영 기자
2010/08/19 05:50 2010/08/1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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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한동안 그 엄청난 세금을 어디에서 메꿀까 의문이 들었다.

휘발유세 조금 깎아서 기름값 보조하겠다고 했을때는 그런가 보다 했다. 나두 몇백원 이익을 볼 것이라 안심이라도 해야 했을까?
종부세(종합부동산세)를 내려 상위 1%를 위한 정책을 입안할 때도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면 그 모자라는 세수는 어디에서 거둘까?

그런데 그 실체는 이제 확실히 들어나기 시작한다. 부동산 경기부양책과 공기업 민영화로 인한 엄청난 국고 흑자라면 그까짓 종부세, 휘발유세 깍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다.

이제서야 왜 MB정부가 그렇게도 공기업 민영화를 서둘러 추진하려고 하고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목메는지 그 실체가 서서히 명확해 지고 있다고나 할까? 하긴 주인을 몰라보고 짖어대기만 하는 개한테 함부로 권력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었다. -_-;;;
2008/08/27 22:29 2008/08/2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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