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날 주일예배를 드리고 경춘공원을 향한다. 지나가다가 꽃이라도 사들고 갈까 했는데 죽은 꽃이 뭐가 소용있을까 하며 다들 그냥 빈손으로 그곳을 향한다. 죽음이란 늘상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기폭제이다. 그동안 잘 살았든 잘 살지 못했든 상관없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이곳의 수많은 묘지 앞에서는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그동안 오랫동안 찾아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는지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아쉬운 얼굴을 하시며 꽃혀져 있는 처형 사진속에 비친 그 해맑은 웃음을 바라보며 우수에 젖기도 하신다. 그리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시는게 역력하다.
날은 무척 좋았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아이들은 이곳이 무슨 축제의 장소인 듯 신이 나 있다. 아마두 그런게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머리가 커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이후로는 도저히 아이들처럼 상황에 상관없이 신나할 수 없다. 그게 어른인가 보다. 아이들처럼 순진하게 살던때가 있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새삼스럽게 아이들과 함께 했던 처형의 뒷모습이 쓸쓸하게만 느껴진다. 아내는 토요일날 자기가 왜 이곳을 가느냐며 투덜되기도 하였지만 난 이렇게 말한다. "죽은 사람을 추모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느냐?"며 ... 그날 아이들(세희,진우,의영)은 오랫만에 있었던 나들이 인양 즐거워 했던 것 같다. 아마두 우리는 삶에 파묻혀 자신의 영역에서만 살아가기보다는 삶을 뛰쳐나와 지나간 아름다운 과거와 함께 살아갈 때 진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덧글을 달아 주세요